KBS 강승화 캐스터는 안산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된 이후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성별에 규정된 게 아닌, 본인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한 인간을 보고 계십니다. 어떤 외부의 저항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산 선수에게 존경을 표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안산 선수를 향해 쏟아진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안산 선수가 보여준 태도와 성과에는 존경을 넘어 경외심까지 든다. 그러나 국가, 인종, 성별에 근거한 혐오 속에서 버텨낸 한 개인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우리는 한 개인과 개인의 꿈을 뒤흔들고자 하는 것들이 절대 정당하지 않음을, 뒤흔들고자 하는 목소리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아야 하며 '허튼소리 말고 입 다물라'고 말해야 함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금메달을 거머쥐고 꿈을 이루어 포디움에..

0. 운동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물장구부터 쳐 봐요. 1. 샤크짐으로 통용되기도 하는 스플래시-그룹 트레이닝 체육관의 인스타그램 계정(@splash_grouptraining)에는 소개 글이 이렇게 적혀 있다. 무슨 오류인지 몰라도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활자가 심각하게 깨져 보이는 통에(예: ㄲㅐㅈㅕ로 보인다) 클래스를 다 마치고서야 제대로 읽었다. 적으려던 서두를 몽땅 지우고 그대로 옮겨 적었다. 스플래시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 어렸을 때는 수영을 배웠다. 물속에서 호흡하는 법부터 시작해 수면을 향해 발을 어떻게 차야 하는지를 배우고, 자유형과 배영과 평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접영을 배우고 싶었고 접영이 가장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배우지 못한 것에 관한 열망이었을까..
사람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간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흐르는가를 알 수 있다. 알 수 있다는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살갗 위로 시간이 물엿처럼 느리고 육중하게 지나는 것이 느껴진다. 초침은 느린 배속으로 움직이고 커다랗고 투명한 달팽이가 몸을 부드럽게 통과한다. 눈가의 근육이 부드럽게 이완하거나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왜 사람 눈을 보면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는지, 눈을 왜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만큼 아끼고 마음을 쏟고 있구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시간에 베란다 유리창 앞에 선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그 속의 제 눈동자를 들여다보고도 흐른 시간은 찰나에 불과해서 가끔은 모든 걸 보고도 본 것이 믿기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사실을 좋..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두 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사실은 세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콘서트에 다녀온 경험이라곤 한 번뿐이어서 이번에도 첫 곡이 시작할 때는 손뼉도 치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끝날 때는 고개와 손을 같이 끄덕거리면서 마이크가 이쪽을 향해 돌려질 때면 짧은 구간을 따라부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이게 웬 말인가 싶으시겠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생활 방역 안전 수칙을 준수하여 방구석에서 열렸거든요. 정확하게는 제 방 침대 위에서 열렸습니다. 가수와 관객이 각각 한 명씩으로만 구성된 콘서트였어요. 음악 이야기를 잠깐 먼저 할까요. 저는 재생 목록을 몇 달에 한 번 업데이트 할까 말까 하고, 노래를 듣는 날도 한 달을 기준으로 세었을 때 한 손이나 두 손이면 ..